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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내 생각

성경책을 들고 교회에 오라고요?

새로 취임한 우리 교회 담임 목사님이 교우에게 하는 첫 부탁이 핸드폰 대신에 성경책을 들고 예배에 참석하라는 것이라니요? 농담이겠지만, 그것도 지켜보겠다니 부탁인지? 위협인지? 어찌 됐든, 시대에 뒤떨어진 굳은 머리의 발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설마 핸드폰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아날로그 성경책보다, 하나님에 대한 정성이나 예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는 아니겠지요? 나이가 오십만 넘어도, 쬐만한 글자는 아예 안 보여서 돋보기 챙겨야 하는데요, 흠!

반세기 전 과거사

미국에서 교회 갈때는 반드시 양복을 입어야 한다고 주변에서 알려 주더라고요. 먼저 정착한 선배들 충고를 하나님 말씀처럼 받아들이던 때니 이유도 모른 채, 단벌 양복에 넥타이 하나를 '사시사철' 매고 다녔죠. 참 그때, 가끔 돌려 매기도 하라고 넥타이 하나 더 선물해 준 선배, 다시 떠오르는 감사한 기억입니다.

일방통행의 제사 vs 쌍방통행의 축제

아버지 집에 오셨으니 설교 듣다가 피곤하시면 주무셔도 아무 상관 없다고 가르쳐 주신 구 영재 선교사님 설교 듣고, 예배는 찬양을 드리는 사람의 제사만이 아니고 말씀을 받기도 하는 쌍방통행의 축제라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나도 형식적인 예배 감옥에 갇혀 있었죠. 훗날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또 양복 또한 여러 벌 사 입을 재력에다 사회적 지위도 어느 정도 갖췄을 때는 도리어 양복을 안 입게 되었습니다. 털털한 척하는 것이 더 멋있다고 착각했었을까요? 아니면, 과거에 대한 반감이었을까요?. 어쨌든 양복 입지 않고 교회에 다니다 보니, 수 년을 한 테이블에서 친교 하던 교우 한 분이 내가 배운 사람이라며 깜짝 놀라더군요. 얼굴도 많이 타고 해서 사이딩 같이 외부에서 일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도 운동할 때는 선크림을 마치 가부키 분장처럼 바릅니다, 하하하!

 

얘기가 곁길로 샜는데, 성경은 어떻게든 읽는 것이 중요하지, 어떤 방식으로 읽느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음을 외치고 싶습니다. 작년에, 평소 성경 잘 읽지 않던 교우들도 '공동체성경읽기' 프로그램 따라서 새벽에 성경 말씀을 읽던 것이 기억나시나요? 그거이 바로 디지털 플랫폼 덕분 아닙니까? 성경책으로 읽으라면, 읽었을까요?

'리딩 지저스'는 아날로그네요

그러고 보니, 설마 올해 들어 프로그램을 바꾼 이유가 그 때문은 아니겠죠? 돈을 내고 책을 구매하고, 운송이 지연되어 두 달간 제대로 못 했잖아요. 아날로그 플랫폼의 단점이죠.

 

말 나온 김에 제안 하나 하자면, 성도들이 말씀 읽고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외치려면, 무상으로 지원합시다. 어차피, 헌금으로 운영하는 것, 주머닛돈이 쌈짓돈이긴 하지만, 남들 보기에 훨씬 좋지 않겠어요?

"이제 하늘에 있는 정사와 권세들에게 하나님의 다양한 지혜를 교회를 통해 알리려 하심이라," (엡 3:10)

 

힘들게 모신 외부 강사 말씀이 그렇게 훌륭하다면 CD도 돈 받지 말고 무료로 나눠주고, 정 카피하기 힘들면 홈페이지에라도 올려야 교우들이 말씀을 더 접하지 않겠어요? 언행일치의 모범도 보여 주고요.

 

이웃 교회 새로 오신 목사님이 신년 달력을 나눠주면서 하는 말이 아주 인상적이더군요. "우리 교회는 다른 교회와 달리 수량을 제한하지 않으니 성경 말씀 담은 달력 양껏 가져가 이웃 선교용으로도 쓰시라"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이 말,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 이렇게 신선하고 멋있게 들리다니, 허 참!

 

우리 생각이 너무나 잘못된 방향으로 굳어져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 교회도 새로 바꾸려면, 이처럼 신선하고 이왕이면 '뽀다구' 나는 쪽으로 찾아봅시다! "개독교니, 돈만 밝히는 교회니", 땅에 떨어진 하나님 체면도 다시 차려드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