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 교회 다니는 분이라면, '칼빈의 5대 강령'이니 TULIP이니 하는 말을 한번은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알미니안 신학에서 주장한 ' 구원은 하나님과 인간이 합력하여 이뤄낸다'라는 주장이 틀렸다고 반박한 칼빈의 주장을 요약한 것으로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만 일어난다'라는 장로교회의 핵심 교리이기 때문이죠.
T - Total Depravity (전적 타락)
U - Unconditional Election (무조건적 선택)
L - Limited Atonement (제한된 속죄)
I - Irresistible Grace (불가항력적 은혜)
P - Perseverance of the Saints (성도의 견인)
이 중 다섯 번째 강령, Perseverance of Saints를 '성도의 견인'으로 번역했는데, 혹시 무슨 뜻인지 맘에 확 들어오나요? 이렇게, 견인으로 옮기는 건 잘못된 해석을 부를 수 있기에 좋지 않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견인'을 '견인차 (tow truck)'할 때처럼 '이끈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옳지만, 혹시라도 '참고 견딘다'라는 의미로 오해하면 마치 구원을 위해서 인간이 참고 견뎌야 하는 게 되어, 칼빈이 무덤에서 놀라 뒤집어지는 경우가 되기 때문입니다. 설교 듣다가 깜짝 놀란 저처럼.
Perseverance라는 영어 단어 또한. 문맥에 따라 '신념이나 행동을 계속해서 고수한다는 의미'가 있기에, 이 또한 오해를 일으키는 부적절한 번역으로 보입니다. (설교한 목사님도 아마도 그래서?) 이런 잘못된 해석을 막기 위해, Preservation of Saints라고 더 확실하게 번역하기도 합니다. 이걸 따른다면, 우리 말도 '성도의 보전'이 되어, '하나님께서 구원하신 자기 사람을 끝까지 완전하게 지키신다'라는 의미가 확실해집니다.
칼빈은 구원은 하나님과 인간이 합력하여 이루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홀로 이루시는 것임을 확실히 알리기 위해 이 강령을 썼습니다. 혹시라도, 구원을 위해선 성도들이 참고 견디는 게 필요하다고 오해하여 저자의 의도를 훼손치 마시길 바랍니다.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한 번 더 일깨워 주는 주일이었습니다.
한자의 조예가 깊으신 분을 위한 보너스 글: '두 개의 다른 '견인'
- 견인종사(牽引宗師)와 견인지종(堅忍至終)
'견인종사' 원래는 불교 용어로, 부처가 중생을 가르치고, 성불의 길로 '끌고 이끄는 스승'이라는 뜻인데, '성도의 견인' 뜻과 너무나 잘 어울리기에, 기독교에서도 예수님을 지칭하는 말로 쓰기도 합니다. 십자가 죽음과 부활로 인류를 구원하셨고, 성도들을 영생의 길로 이끄시는 우리의 영원한 인도자, 예수님!
'견인지종' '굳세게 참고 견디어 끝까지 이른다'는 뜻으로 '성화'의 의미를 알미니안 식으로 잘못 이해할 수 있기에 칼빈주의자들은 쓰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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