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서를 영어 성경으로 읽어보면 조금 낯선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공통된 구원(common salvation)’과 ‘한 번 전달된 믿음(faith which was once delivered)’이라는 말입니다.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이 표현은 실은 구원의 본질을 깊이 있게 담고 있습니다.
‘공통된 구원’이란?
‘공통된 구원’은 말 그대로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진 구원을 뜻합니다. 유대인이나 이방인, 부자나 가난한 자, 남자나 여자, 어떤 차별도 없이 하나님께서 동일한 은혜로 주신 구원이라는 뜻이죠.
갈라디아서 3장 28절과 에베소서 2장 8~9절 또한 이 사실을 분명히 말합니다. 구원은 우리의 노력이나 자격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전달된 믿음’이란?
‘믿음’이라고 하면 보통 나 스스로 가지는 어떤 확신이나 결단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유다서에서는 이 믿음이 "전달되었다"라고 말합니다. 누군가로부터 받았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믿음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구원의 맥락에서 볼 때, 이 믿음은 "예수님은 구원자이시며 하나님의 아들이시다"라는 우리의 고백입니다. 그런데 이 믿음의 고백조차도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시고 믿게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해 보세요: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 (마 16:17)
결국 믿음이란 내가 발견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알게 하시고 깨닫게 하신 진리라는 것입니다.
돋보이는 한글 성경의 번역
한글 개역 성경은 ‘믿음’을 원어 그대로 직역하지 않고[1] '믿음의 도(道)’라고 표현했습니다. ‘도’는 길이라는 뜻이죠. 여기엔 깊은 신학적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곧, 믿음은 단순한 감정이나 태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구원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죄인이 구원받는 유일한 길,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성도들에게 한 번 전달하신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에베소서 2장 8절은 이를 분명히 알려줍니다: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왜 ‘한 번’ 인가?
여기서 ‘한 번’이라는 표현은, 구원의 길은 단 하나이며, 이미 완전히 주어졌고 다시 더하거나 뺄 필요가 없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히브리서 10장 10절도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노라”
복음은 더 이상 수정하거나 보완할 수 없는, 완전한 구원의 메시지입니다.
유다가 이 편지를 쓴 이유는?
유다는 성도들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이 유일한 구원의 진리, 곧 복음을 지키기 위해 힘써 싸우라." 당시 교회 안에는 은밀히 들어온 거짓 교사들이 있었습니다. 복음을 왜곡하며, 마치 다른 구원의 길이 있는 것처럼 가르쳤습니다. 유다는 이들에게 분명히 경고하며, 성도들에게는 진리를 지켜야 할 사명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 경고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적용됩니다. 지금도 교회 안에는 ‘예수 그리스도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다른 조건을 붙이거나, 구원을 마치 인간의 노력으로 얻는 것처럼 왜곡하는 가르침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합니다
개역 성경이 헬라어 본문을 영어 성경처럼 직역하지 않고, ‘믿음의 도’라고 풀어서 번역한 것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구원의 길’이라고 더 명확히 표현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랬다면 ‘오역’이라는원성도 살 수 있었겠죠?
결국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 친히 알려주시고 단번에 완성하신 구원의 길, 곧 예수 그리스도라는 진리입니다. 이 변치 않는 복음을 굳건히 지키며, 오늘도 우리에게 주어진 믿음의 길을 걸어가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는 이 유일한 길을, 흔들림 없이 붙드십시다.
[1] 헬라어 원문을 직역해 보면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함께 가진 구원에 관하여 너희에게 쓰려는 모든 열심을 내가 가지던 중, 나는 너희에게 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하여) 너희가 한 번 성도들에게 전해진 그 믿음을 위해 힘써 싸우도록 권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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